- 현실에 없는 이야기로 현실의 모순을 현실적으로 그리다 전문읽기
- 소설집 ‘얼마나 닮았는가’ 출간한 국내 대표 SF 작가 김보영
소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의 소설이 그리는 세계의 모순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합성신체 기술로 성별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남성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세상을 그린 단편 ‘빨간 두건 아가씨’는 여전히 견고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수험생은 입시철에, 취업준비생은 채용 시즌에, 직장인은 연봉협상과 정리해고 때면 줄줄이 남자로 성별을 “갈아입고”, 성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생리대 하나를 사려면 대도시까지 나가야 하는 세상이 도래한다.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여성인 ‘아가씨’에게 거리를 걷거나 차를 타고, 장을 보는 등의 일상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시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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